"이 넓은 우주에 왜 우리뿐인가?"
1950년, 노벨상 수상자 엔리코 페르미는 동료들과 식사 도중 불슟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우리 은하에만 태양 같은 별이 수천억 개 있고, 그 주위를 도는 지구 같은 행성도 수십억 개에 달합니다. 우주의 나이(138억 년)를 고려할 때, 우리보다 먼저 태어난 문명이 이미 은하를 정복했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외계의 전파 신호 하나 잡지 못했고, 방문 흔적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높은 확률과 침묵하는 현실 사이의 모순, 이것이 페르미 역설입니다.
프랭크 드레이크는 교신 가능한 문명의 수(N)를 추산하는 방정식을 만들었습니다. 별의 생성률, 행성 보유율 등을 곱해 나가는데,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마지막 'L', 즉 '기술 문명이 멸망하지 않고 존속하는 기간'입니다. 문명이 발달하면 핵전쟁이나 기후 변화로 필연적으로 자멸한다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외계 문명은 0에 수렴합니다.
왜 우주는 조용할까요? '그레이트 필터' 가설은 생명 탄생이나 문명 발전 단계에 넘기 힘든 거대한 장벽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미 필터를 통과했다면(생명 탄생 자체가 기적) 우리는 우주의 첫 번째 지성체일 수 있습니다(희망). 하지만 필터가 우리 앞에 있다면, 모든 고도 문명은 필연적으로 멸망하는 운명이며, 우리 또한 곷 멸망할 것입니다(절망).
SF 소설 《삼체》에 등장하는 '어둠의 숲' 가설은 섬뜻합니다. 우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투는 어두운 숲이며, 모든 문명은 생존을 위해 사냥꾼처럼 숨죽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는 순간, 더 강력한 문명에게 파괴당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주에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자살행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