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 년 전, 시간과 공간이 탄생하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우주는 언제 시작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화와 종교로 답해왔습니다. 그러나 20세기 과학은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해
수학과 관측을 통한 정밀한 대답, 즉 빅뱅(Big Bang)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약 138억 년 전,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 심지어 시간과 공간조차 존재하지 않던 '무(無)'의 상태에서, 원자보다 훨씬 작은 한 점인 '특이점(Singularity)'이 대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빅뱅을 '빈 공간 속에서 물질이 터져 나간 폭발'로 오해하지만, 정확히는 공간 그 자체가 생겨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사건입니다. 초기
우주는 10의 32승 도에 달하는 상상 초월의 고온 상태였으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식어가며 쿼크가 뭉쳐 양성자가 되고, 전자가 궤도를 돌며 최초의 원자(수소, 헬륨)가 탄생했습니다. 이
태초의 수소 가스들이 중력에 의해 뭉쳐 별이 되고, 그 별들이 모여 은하를 이루며 오늘날의 장엄한 우주가 형성된 것입니다.
빅뱅 이론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주류 과학자들은 우주가 영원불멸하다는 '정상 우주론'을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 결정적 증거가 빅뱅을 흔들리지 않는 정설로 만들었습니다.
1. 허블의 법칙과 적색 편이: 1929년 에드윈 허블은 밤하늘의 은하들을
관측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거의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으며,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도망가고 있다는 것입니다(적색 편이). 이는 우주 공간 자체가 팽창하고
있다는 뜻이며,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과거의 우주는 한 점에 모여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2. 우주 배경 복사(CMB): 1965년 펜지어스와
윌슨은 우주 모든 방향에서 균일하게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잡음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빅뱅 후 38만 년 뒤, 우주가 식으면서 최초의 빛이 물질의 방해를 뚫고 퍼져 나간 '태초의
잔광'이었습니다. 이 빛의 발견으로 빅뱅 이론은 승리했습니다.
3.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 (3:1): 초기 우주는 거대한 핵융합 용광로였습니다.
이론적 계산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서 생성된 수소와 헬륨의 비율은 약 3:1이어야 하는데, 현재 우주의 실제 관측 결과가 이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1998년,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느려지기는커녕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가속 팽창)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우주 전체 에너지의 68%를 차지하는 미지의 암흑 에너지(Dark Energy)가 중력을 이기고 공간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라면 먼 미래에는 모든 은하가 빛보다 빠르게 멀어져 밤하늘에서 사라지고, 우주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 춥고 어두운 공간이 되어 종말을 맞이할 것입니다(빅 프리즈).
빅뱅 초기에는 수소와 헬륨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산소, 철, 칼슘은 어디서 왔을까요? 바로 별의 내부입니다. 거대한 별들은 일생 동안 핵융합을 통해 무거운 원소들을 연금술처럼 만들어내고, 최후의 순간 초신성 폭발을 통해 이를 우주 공간에 흩뿌립니다. 지구와 태양, 그리고 당신이라는 존재는 수십 억 년 전 죽어간 이름 모를 별들의 잔해로 만들어졌습니다.